[국민일보] [출동!참 좋은 교회학교 현장] 동일교회 (2009.06.23)
충남 당진군 시곡리 동일교회를 찾아간 21일 오전 9시. 1부 대예배 시간에 예배당의 절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400명의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농촌 지역임에도 학생 수가 많은 것은 30∼40대 부모가 교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재잘거리던 어린이들도 친구들의 웅변시간이 되자 강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정한 친구 여러분, 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는 놀이가 없고… 성경은 우리를 즐겁게 해줍니다. 책을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이 어린이 큰 목소리로 힘차게 외칩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초등학교 2∼3학년 또래가 웅변과 시편 1편 암송을 완벽하게 마치자 어린이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환호성을 연발했다.
이어 이수훈 담임목사의 설교가 시작됐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예배여서 장년을 위한 설교였지만 어린이들은 말씀에 집중하고 있었다. "쉿! 조용히 하랬지. 떠들면 혼낸다." 일부 떠드는 어린이들이 있으면 보라색 옷을 입은 중학교 형들이 군기반장 역할을 했다.
축도를 끝냈는데도 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네에서 형·오빠·누나·언니·동생 관계인 이들은 대상아파트, 반촌리, 주공아파트, 현대아파트, 읍내 외곽, 읍내 지역 등 9개 지역별로 나누어 앉았다. 30분간의 전체 모임 시간엔 랩으로 된 새 노래를 배웠다. 40대 남성 교사는 자신이 하기 힘든 랩 찬양을 선보이며 학생들을 즐겁게 했다.
모임 후 학생들은 지역별 모임을 갖기 위해 흩어졌는데 다시 4인 1조가 되어 과제 해결에 나섰다.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한 팀이 되어 교재 없이 그날의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이날은 원 안에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은 다른 팀과 경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1시간 동안 팀별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식당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동일교회도 지난해 9월까진 교재와 학년 중심의 교회학교를 운영해왔다. 1세부터 18세까지 재적만 1072명이었지만 출석률이 점점 떨어져 30%를 밑돌자 이 목사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나이와 관계없이 지역별로 편성하고, 공과를 없애고, 학생 중 팀장을 세웠다. 또 지역 교사를 세워 지역 학생을 돌보고, 주일 예배는 장년과 함께 드리며, 게임-찬양-성경암송-팀별활동의 순서로 2부 활동을 갖게 했다. 학년별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깬 것이다.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당진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관리하고 심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천편일률적인 공과학습으로 창의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9개월 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출석률이 58%로 뛰어오른 것이다.
동일교회 교회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패밀리 처치(Family church)라 불리는 구역 조직과의 연계에 있다. 패밀리 처치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교인 가정을 개방해 열리는 구역 집회로 금요일은 장년, 토요일은 어린이 중심으로 운영된다. 가정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친구 따라 자연스럽게 모임에 나올 수 있다.
패밀리 처치를 위해 가정을 개방하고 있는 손춘옥(36·여)씨는 "토요일에 25∼35명의 어린이들이 집에 모이는데 찬양과 말씀, 게임, 간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서 "학교 시장 교회에서 자주 마주치는 언니와 오빠로 연결되다 보니 부모 말씀보다 더 잘 듣고 고학년들은 동생을 챙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홍규택(14)군은 "반촌리 지역 초등학생 5명의 팀장인데 어려운 면도 있지만 동생들을 이끄는 게 재미있어요. 제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동생들이기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홍은혜(9)양은 "언니 오빠들이 공과시간에 잘 가르쳐줘요. 우리 팀이 잘하면 스티커를 받는데 그걸 벽에 붙일 때가 제일 즐거워요"라며 활짝 웃었다.
교사 이명숙(38·여)씨는 "지역별로 묶이다 보니 아이들이 언니와 형들에게 정말 순종을 잘하고 팀장의 권위를 인정해줍니다.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누군가를 섬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게 교회학교 성장의 비결이에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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