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세속적 방법 그만”…교회 홍보 간판 떼내고 매일 아파트 입구서 인사 (2019.06.03)

작성자
jesus_admin
작성일
2020-04-03 17:45
조회
1446
[이수훈 목사의 전도군사학교]
<7> 깨달음의 축복


당진동일교회는 1999년 11월 교회창립 3년 만에 예배당을 짓고 헌당예배를 드렸다. 당시 성도는 300명이 넘었다. 당진동일교회 제공


마태복음 13장에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나온다. 익숙한 말씀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많은 말씀 앞에 정작 무엇을 얼마나 깨닫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핵심은 깨닫는 마음이다. 마음이 옥토 밭이면 그 밭은 어마어마한 복을 받게 된다. 그 결과는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이다.

말씀대로 살게 하려고 하나님께선 우릴 낮아지게 하시고 비천하게도 하시며 고난 속에 두기도 하신다. 우리의 마음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선 말씀으로 사는 법을 알게 하시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40년 동안 광야에 두셨다.

이 말씀을 읽다가 몇 달을 울었는지 모른다. 결국, 하나님 말씀으로 사는 법을 깨닫지 못해 출애굽한 백성들이 광야에서 모조리 죽어갔다는 말씀이지 않은가.

돌아보니 ‘나 하나를 깨닫게 하시기 위해 어린아이들까지 고난 속에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하나님 뜻대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실은 내 뜻대로 사는 방법에 익숙해 있었다.

말씀 앞에 돌아보니 내 생각과 판단에 따라 내 기분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하나님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은 말로만 계시는 분이시고 내가 신이 돼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교회를 개척한 뒤의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멀리 신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다른 때 같으면 한창 분주해야 할 부엌이 조용했다. 나가 보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왜 그러는데?” 아내가 하는 말이 충격이었다. “가스가 없어요. 그런데 가스 살 돈이 없네요.” 그랬다. 가난은 끝이 없었다. 이런 가난이 마음까지 비참하게 짓누르고 있었는데 나는 깨달음이 턱없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이날 아침을 통해 비로소 깨달음을 깊이 주셨다. ‘네가 얼마나 천박하고 비참하고 더러운 죄인인 줄은 알고 있느냐. 그런데 언제까지 네 맘대로 살려고 하느냐.’ 주께서 이렇게 질문하시는 것 같았다.

이 사건은 아주 일상적인 일 같지만 내 일생 지워지지 않는 찔림이 됐다. 내가 살아온 전반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제부터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만 하자. 하나님께 영광 올려지는 일만 하자.’ 결단을 했다. 더이상 인간적인 방법과 생각을 최대한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행한 일들이 몇 가지가 있다. 사람 눈에 띄도록 하는 교회 홍보 간판을 절대 내걸지 말자는 것이었다. 큼지막한 십자가 탑이나 네온 불도 세우지 말자는 것이기도 했다. 당진동일교회는 설립 22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 간판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입주 아파트에 달려들어 경쟁하는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사 온 성도들이 교회를 모두 결정하고 나면 그때 우리가 교패 없는 가정들을 전도하기로 했다.

1997년 말 입주가 한창이던 H아파트에 교회 간판을 세웠다. 무척 추웠던 겨울밤에 아파트 단지에 갔는데 우리 교회 홍보 간판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옆에 몇 개 교회 간판이 나란히 서 있었다. 부끄러웠다.

이튿날 한밤중에 주민들의 눈을 피해 쇠톱을 들고 갔다. 그리고 간판 기둥을 잘라 버렸다. 우리 형편에 큰 경비를 들인 것이었다.

‘연약한 성도들이 마음 모아 기대하며 세운 간판인데 이렇게 없애버리면 얼마나 낙심할까.’ ‘간판마저 없애 버리면 누가 산속 교회를 알고 찾아올 수 있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하나님께 덕이 되지 않는 일이란 생각에 톱질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3년이 흘러 아파트에 가서 입주가구를 전수조사했다. 3% 정도의 가구에 교패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전도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동안 매일 밤 교회에 모여 지역 복음화를 위해 기도해 왔었다. 처음 믿는 분들이지만 제자훈련을 하면서 기도로 무장시켰다.

“자, 이제 때가 됐습니다. 우리가 저 아파트 단지를 예수촌으로 만들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몇 사람이 날마다 아파트로 출근했다. 입구에 서서 인사도 하고 슈퍼에서 오가는 분들께 말도 걸었다. 생활 자체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 처음 신앙 생활하게 된 성도께서 아파트상가에 정육점을 열었다. 그리고 퇴근하는 분들을 사귀려고 무료로 고기를 구워줬다. 들어가는 사람마다 고기를 주면서 초청했다.

그렇게 온 성도가 최선을 다했다. 2년쯤 지나고 보니 600세대 가운데 34%가 교회에 나오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교회 간판 보고 오신 분들이 아니었다. 일일이 전도해서 오게 된 성도들이니까 거의 모든 성도가 처음 믿는 분들이었다.

흔히 전도라고 하면 무슨 방법이고 달란트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전도는 특별한 어떤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누구나 빠짐없이 모두 다 사람 낚는 어부로 택함을 받았다. 예수님이 제자를 부르신 데는 다른 목적이 없다. 오직 사람 낚는 어부일 뿐이다.

어부는 고기를 잡기 위해 무턱대고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고기 잡을 수 있는 어구를 철저히 준비한다. 어구가 준비되지 않으면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의욕이나 욕심만으로 고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영혼 구원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보다 더 중요한 준비 작업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기사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1022